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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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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에 눈 갠 후에 경물(景物)이 달랐고야
강산이 좋다 한들 내 분으로 누웠느냐
건곤이 제금인가 이것이 어드메오
고운 볕이 쬐었는데 물결이 기름 같다
구름 걷은 후에 햇빛이 두텁거다
구름 빛이 조타 하나 검기를 자로 한다
궂은비 개단 말가 흐리던 구름 걷단 말가
궂은비 멎어 가고 시냇물이 맑아 온다
그물 낚시 잊어 두고 뱃전을 두드린다
기러기 떴는 밖에 못 보던 뫼 뵈는고야
긴 날이 저무는 줄 흥에 미쳐 모르도다
꽃은 무삼 일로 피면서 수이 지고
나무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것이
낚싯줄 걷어 놓고 봉창(篷窓)의 달을 보자
날이 덥도다 물 위에 고기 떴다
내 벗이 몇이나 하니 수석(水石)과 송죽(松竹)이라
내 성이 게으르더니 하늘이 알으실사
내 일 망녕된 줄을 내라 하여 모를쏜가
내일이 또 없으랴 봄밤이 몇덧 새리
누구셔 삼공(三公)도곤 낫다 하더니 만승이(萬乘) 이만하랴
단애(丹崖) 취벽(翠壁)이 화병(畫屛) 같이 둘렀는데
더우면 꽃 피고 추우면 잎 지거늘
동풍이 건듯 부니 물결이 고이 인다
마름 잎에 바람 나니 봉창(蓬窓)이 서늘코야
만류녹음(萬柳綠陰) 어린 곳에 일편태기(一片苔磯) 기특하다
모래 위에 그물 널고 뜸 밑에 누워 쉬자
뫼는 길고 길고 물은 멀고 멀고
물가의 외로운 솔 혼자 어이 씩씩한고
물결이 흐리거든 발을 씻다 어떠하리
물외(物外)에 좋은 일이 어부 생애 아니러냐
바람 분다 지게 닫아라 밤 들거다 불 앗아라
밤 사이 풍랑을 미리 어이 짐작하리
방초(芳草)를 밟아 보며 난지(蘭芷)도 뜯어 보자
백운(白雲)이 일어나고 나무 끝이 흐느긴다
버렸던 가얏고를 줄 얹어 놀아 보니
보리밥 풋나물을 알맞추 먹은 후에
비 오는데 들에 가랴 사립 닫고 소 먹여라
산수간(山水間) 바위 아래 띠집을 짓노라 하니
상해런가 꿈이런가 백옥경(白玉京)에 올라가니
석양 넘은 후에 산기(山氣)는 좋다마는
석양이 비꼈으니 그만하여 돌아가자
석양이 좋다마는 황혼이 가깝거다
소리는 혹 있은들 마음이 이러하랴
송간(松間) 석실(石室)에 가 효월(曉月)을 보자 하니
수국(水國)에 가을이 드니 고기마다 살져 있다
술도 먹으려니와 덕 없으면 난하나니
술은 어이하여 좋으니 누룩 섞을 탓이러라
슬프나 즐거우나 옳다 하나 외다 하나
심심은 하다마는 일 없을쏜 밤이로다
앞개에 안개 걷고 뒷뫼에 해 비친다
얕은 갯 고기들이 먼 소에 다 갔나니
어버이 그릴 줄을 처음부터 알았마는
어와 저물어 간다 연식(宴息)이 마땅토다
엄동이 지나거냐 설풍(雪風)이 어디 가니
연잎에 밥 싸 두고 반찬일랑 장만 마라
옆바람이 고히 부니 달은 돛에 돌아왔다
옷 위에 서리 오되 추운 줄을 모를로다
와실(蝸室)을 바라보니 백운(白雲)이 둘러 있다
우는 것이 뻐꾸기가 푸른 것이 버들숲가
월출산이 높더니마는 미운 것이 안개로다
은순옥척이 몇이나 걸렸나니
자러 가는 까마귀 몇 낱이 지나거니
작은 것이 높이 떠서 만물을 다 비추니
잔 들고 혼자 앉아 먼 뫼를 바라보니
주대 다스리고 뱃밥을 박았느냐
즐기기도 하려니와 근심을 잊을 것가
집은 어이하여 되었는다 대장의 공이로다
창승이 쓷졌으니 파리채는 놓으시되
창주 오도를 예부터 일렀더라
추성진 호루 밖에 울어 예는 저 시내야
취하여 누웠다가 여울 아래 내리려다
풋잠에 꿈을 꾸어 십이루에 들어가니
하늘이 잊었은 제 무삼 술로 기워 낸가
환자 타 산다 하고 그를사 그르다 하니
흰 이슬 비꼈는데 밝은 달 돋아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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