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다시금 만나
비단결같이 부드러운 머플러 머플러같이 부드럽고 살가운 너 너를 다시 느끼는 이 봄이 새롭게 좋아.
나태주 「봄의 느낌」
세상의 비밀을 누설할게
세상은 계속 복잡하고 어지러울 거란다 그렇다고 세상이 아름답지 않은 것도 아니란다
주민현 「넓어지는 세계」
밤의 건축술을 배운다
내가 가장 훔치고 싶은 재주는 어둠을 차곡차곡 쌓아올리는, 저녁의 오래된 기술.
신용목 「공터에서 먼 창」
고양이랑 함께 천장 걷기
예전엔 새하얗던 벽에 찍힌 네 희미한 발자국 그 자국들을 하나하나 손가락으로 매만진다 네가 일어나면 저녁을 함께 하자
강지이 「자장가」
마주보는 시간, 방긋 웃기
키 큰 아빠가 키 작은 나를 우두커니 내려다본다... 그래도 너 때문에 산다며 빙그레 웃음을 돌린다
김륭 「해바라기 선풍기」
꽃잎 위의 청개구리
호박씨만 한 것이 앞발 뒷발로 붉은 천 꽉 부여잡고 꽈리 풍선 불어가며 다림질하는 동안 내 마음도 꽃수건처럼 펴지고 있었다
김해자 「꽃잎 세탁소」
지나간 시간은 돌아오지 않는다
터널로 들어가는 기차처럼 사라진다 맛은 지나갔다 한번 일어난 맛은 다시 일어나지 않는다
장철문 「식당 칸은 없다」
해가 비치는 쪽으로
질문을 아름답게 하면서 죽기 전에 세상의 어두운 창고 하나쯤 헐어서 남향을 찾아줄 상상을 하면서
박라연 「너에게도 남향이」
비가 살근거리는 곡우 무렵
비는 떨어지면서 여기 나와 당신을 바라보며 저기 둘이 틀림없이 사랑한다
전욱진 「곡우 무렵」
봄을 넘어서는 방법
봄날 하루, 꽃들 불러내어도 꼼짝 않고 누워 있습니다… 견딜 필요가 없는 일을 견뎌내는 일, 이것이 내가 봄을 넘어서는 방법입니다
조용미 「몸」
오늘 나는 잠시 눈을 감는다
조문 대신 길고 길 편지가 왔다 밥알을 세듯 꽃들을 읽었다 삶이 더 길게 답장을 쓸 것이다
이민하 「사월에 감은 눈은 사월에 다시 떠지고」
간결한 삶을 향하여
광각렌즈를 손에서 내려놓았다 화면에 무엇을 담을까보다 무엇을 뺄까를 생각하게 된다 단렌즈로 갈아끼우고 대상에 한걸음 다가간다
정희성 「시법(詩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