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소리를 입은 음악이야
동심원 안에서 상대의 몸짓을 따라 해봐, 언제든 우주의 태엽을 다시 감을 수 있잖아
이동우 「오르골」
기슭이라는 말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생겨난 비탈 끝에는 어떤 기슭이 기다리고 있는지
나희덕 「기슭에 다다른 당신은」
저기 네가 보인다
여기가 온통 네 집이다. 울고 웃고 떠들며 악몽을 씻으라.
정우영 「여기가 온통 네 집이다」
언제 생겼는지 모를 상처들
무엇이었을까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게 부딪치고 사라진 것들은
정다연 「회복」
나무가 되어 본다
푸른 별 같은 손이 파닥거린다 팔이 심장이 허리가 다리가 마침내 온몸이 온통 푸른 한 그루 덩굴나무가 된다
김애란 「푸르게 걷고 싶은 날」
내 정원에는 달콤한 이슬이 열리지
나무에서 따 모은 한 바구니 이슬을 흘리지 않고 어떻게 바다에 이를 수 있을까
조정인 「축제」
그의 노래 다시 들을 수 없어도
그리운 그의 얼굴 다시 찾을 수 없어도 화사한 그의 꽃 산에 언덕에 피어날지어이.
신동엽 「산(山)에 언덕에」
받아 안아주는 곳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기억하지 않는 시간 속에서만 잘 지낼 수 있겠지만, 마지막으로 서로를 기억하는 사람 또한 우리라서
신용목 「우리라서」
어린 날에 꾸었던 꿈들처럼
마을버스란 꼬마전구 같아. 도시를 이으며 반짝이는. 작은 사람들은 작은 꿈을 꾸고, 그 꿈을 이으며 전기는 흐르네.
주민현 「전구의 비밀」
봄이 곱기만 하다
어느 적막강산에 그대를 만나 어김없이 피고 지는 꽃 하염없이 바라볼거나
정양 「봄」
유리컵은 깨지기 직전이다
유리컵에 담겼던 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투명했다 투명은 쉽게 속을 드러내지 않는다
이영재 「깨지기 직전의 유리컵」
슬픔은 구두 같습니다
어떤 슬픔은 뒤축이 떨어질 듯 오래되어서 달가닥거리는 소리가 납니다 참 오래 함께했던 슬픔입니다
이대흠 「슬픔의 뒤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