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은 시작에 지나지 않는다
죽는 순간 아주 살짝, 키가 준다고 생각하는 부족이 있다 안녕히! 나는 찢어진 당신 그림자에 인사한다
김선우 「그림자의 키를 재다」
월요일은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시간은 어디로 흘러가는 것일까 나는 아직 아무것도 아니지만 그 무엇도 될 수가 있겠지
이근화 「타로」
존재의 이유를 생각한다
기쁨이 없다면 이 꽃들이 다 시들 텐데 그때는 또 무엇으로 뜰을 가꾸시겠어요?
박희수 「꽃의 슬픔」
연이 떨어질 듯 날고 있다
이럴 때는 달려야 하는데 바람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본 적이 언제였나
남길순 「축제」
다른 새를 돌보는 백로처럼
어린것들을 제 새끼처럼 자주 뒤돌아보며 기다리는 저 모습 생존의 방식은 꼭 그래야 한다는 듯 참으로 아늑하다
노향림 「생존의 방식은」
두려움을 뚫고 노래해
루시, 난 겁 안 나 그게 뭐가 중요하니 패배를 사랑하는 건 우리의 직업병
박연준 「음악에 부침」
태풍을 견딘 여름에게
우리가 짐작할 수 없는 대상에게 이름을 붙여준 것은 무서움 때문일까, 오래 기억하고 싶어서일까
강우근 「태풍 같은 사람이 온다면」
너는 곧 달리기 시작한다
밤하늘을 바라보며 질주하기를 멈추지 못하는 사람처럼. 삶을 사랑하기로 마음먹은 사람처럼.
주민현 「멈추지 않는 것」
다시 허허벌판이 될 이곳에서
희망은 순식간에 한채의 집을 짓고 나는 그 안으로 들어가 불을 켜고 밥을 짓고 여기가 몇 번째 집인지 묻지 않고
유병록 「분명 이 근처에」
초가을, 산호자나물을 먹는다
본격적인 가을에 닿은 것도 아니고 겨울 소식이 들려오는 것도 아닌데 나는 그새 봄을 기다리는 사람이 되어 입맛을 다신다
박성우 「산호자나물」
자꾸만 슬퍼지는 것이 삶일까?
다음 생은 엉망으로 살고 싶어, 마음껏 엉엉 울고 그 누구도 되지 않는,
최지인 「섬」
사랑은 지루하지 않죠
아무리 지루한 풍경이라도 사랑 속에 있을 땐 가슴이 두근거리거든요 사랑은 그러니까 습관이 되어도 좋아요
손택수 「봄은 자꾸 와도 새봄」